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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31
    기억하겠습니다. 2
  2. 2009.05.23
    ▶◀ 2009. 5. 23.




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듀게의 몇몇 분들이 의견을 내고 신문사에 연락하고 모금을 하는 등 수고를 해주셔서 영결식이 있었던 5월 29일자 한겨레와 경향 두 군데 전면으로 실린 추모광고 이미지. valentine30 님 작품. 모금 이틀만에 이천만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출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한 부씩 샀다. 나중에 딸아이가 크면 그 아이는 어떤 걸 묻고, 또 난 어떤 얘길 하게 될까.



1.

서거 소식이 전해지던 날, 전날 밤새 마신 술로 지독한 숙취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TV를 켜고는, 술이 덜깨 헛소리가 들리는 줄 알고 머리를 흔들어댔었다. 이후에 든 생각은.. 과연 그다운 방법을 택했구나..

노무현을 이야기하는 가장 안전한 길은, 난 노빠는 아니라는 말로 시작해서 대선 때는 지지했지만 당선 이후 이라크 파병이나 대연정 제안, 부동산정책, 한미FTA 등과 같은 행보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이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일 게다. 나 역시 그랬고.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합리화와 면죄부는 아니었을까.

그에게 던진 한 표, 그리고 탄핵정국에서 그를 위해 들었던 촛불은 아마 그런 모습 때문이었을게다. 그 소신과 의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올인하는 싸움꾼의 모습, 그 지점에서 다른 정치인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진정성. 그렇게 온 진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 앞에서 느껴지는 부끄러움. 그에 대한 변명과 합리화.

재임 시절의 공과에 대해서는 아직 쓰여지지 않은 앞으로의 역사가 말해주겠지만, 과연 우리는 그런 대통령을 또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이리도 허망한 그의 죽음 앞에 새삼스럽고, 한탄스럽기 짝이 없다.



2.

추모의 분위기가 식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수구들은 그를 부관참시하여 순교자의 이미지를 걷어내려 하겠지.
분위기에 눌려 채 입을 놀리지 못하고 근질근질해 하던 이들까지 합세하여 이제 곧 경쟁적으로 누가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치열한 레이스를 벌일 것이며, 버러지같은 MB정권은 떨어지는 지지율과 광장에 대한 공포로 생사람 잡는 만행을 계속할 것이고.
반한나라당 전선에 선 이들은 저마다 노무현의 계승자임을 내세우며 분열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내 아이는 학교에서 유신헌법을 외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희망이라는 건 점점 희미해져가고 우린 안될꺼야 류의 자조감이 밀려드는 걸 어찌할 수 없다.



3.

생각하면 할수록 도대체가 모를 일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MB와 언론, 떡찰을 향해 분노하는데, 세상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라서? 생각이 이쯤 미치면 국개론이 아주 허튼 소리는 아니라고 여겨질 때도 있다.



4.

한 사람의 영웅을 기다리는 일 따윈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이가 있을거란 기대도 없지만,
설령 나타난다 한들 우린 어쩌면 알아보지도 못하고
다시 비참한 죽음으로 내몰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에게 또 어떤 기대와 숙제를 잔뜩 던져둔 채
입과 손가락만 살아 힐난할지도.

영웅을 기다린다는 건
아마도 다시 나를 변명하고 합리화 하기 위해
대신 돌을 맞아줄 누군가를 찾는 거 아닐까.

필요한 건 영웅이 아니라
나 자신의 행동.



0.

저 타이포그라피의 자구들, 그 가치들을 그와 더불어 기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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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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