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분류 전체보기 (40)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ARCHIVE

LINK



  1. 2007.09.15
    나는 '디워'가 부끄럽다. 19
  2. 2007.08.27
    김규항의 뒷북에 대한 나의 뒷북
  3. 2007.08.25
    파시즘을 원하는 대중 4
  4. 2007.08.24
    진중권 vs 디씨영갤러들 8
  5. 2007.08.15
    심형래의 '디 워'는 B급무비인가




'디워' 소동은 나에게도 각별한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황우석'이나 '된장녀'같은 맛깔난 떡밥이 아직 따끈따끈하던 무렵에도 차마 용기내지 못했던,
내 블로그 개설을 실천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 '디워'가 미국에서 개봉을 했고, 현지 평론가들에게 다구리를 당하고 있다.
자, 지난 뜨거웠던 '디워' 소동을 대중을 무시하는 평론가들에 대한 반발이라고 해석했던 사람들..
이제 미쿡 평론가들에게도 뭐라 얘기 좀 해야 하는거 아닌가.
대충 눈팅해봐도 그들의 현란한 어휘와 수사는 국내 평론가들의 그것에 비해 분명 한층 더 거칠고 직설적인데, '디워'의 흥행이 잘난 척하는 평론가들에 대한 반감이라는 논리대로라면 이건 뭐 미쿡 평론가들께서 대한민국 대중을 아주 쥐벼룩만도 못한 개차반으로 무시하는 것이니 지난달에 보여준 그 가공할 전투력으로 어여 미합중국 본토 상륙을 해야 하는거 아니냔 말이다.

기어이 '디워' 덕분에 대부분의 평에서는 '코리아'가 딸려들어가 함께 무시당하고 있다.
아프간 피랍 사건 때는 그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체면이 깎이고 향후 해외에 체류하거나 여행할 한국인의 안전이 위험해진다며 생난리를 치던 사람들이 '디워' 때문에 나라 이미지가 함께 까이고 있는 건 왜 모른척하는가.
설마 진짜 뭐가 뭔지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건 아닐테지.

허긴 그네들은 '평'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의 흥행스코어에 따라 잘되면 "것봐라 미국인도 인정한 훌륭한 영화 아니냐" 할 것이고, 처절하게 실패를 해야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거야" 하며 그제서야 답답한 짱구를 굴릴테니.
왜 국내 평론가들의 평에 의해 그 예술적 성취의 정도가 가늠되어지지 못하고 굳이 외국인의 입으로 최종 선고를 받아야 하는지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애시당초 심사장은 영화를 예술이 아닌 산업으로 접근했고, 그 사업의 성공을 위해 비열하게도 다른 예술인들과 그들의 작업물을 멋대로 깎아내렸다.
그리고 어떤 평론가들과 블로거들은 '디워'의 예술적 성취에 대해 '후졌다'라는 평을 했다.
다른 어떤이들은 그 둘을 묘하게 섞어 심감독이 얼마나 고생해서 만든 영환데, 수백만 관객이 본 영화가 왜 후졌냐고 항변하며 패악질을 했다.
그 와중에 사업에 관여한 어떤 이들은 충무로라는 정체불명의 집단과 평론가들, 그리고 이에 대치하는 대중.. 이런 대립구도를 조장하기도 한 것 같다.

나는 그 무지가 두렵다.
예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내던진채 돈을 향한 집착을 숨기지 않는 그 뻔뻔함이 두렵고, 본질을 흐리고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는 그 거대한 세력과 계략이 무섭다. 아무런 의심없이 쉽게 낚이는 그 무지함이 안스럽고, "내가 재미있다는데 니들이 뭔 상관이냐"며 "무시하지 말라" 되려 큰소리치는 그 꼬라지가 혐오스럽다.

세상은 쉽게 이분하여 생각해선 안되지만 적어도 이 경우에 대해서 나는 '디까'이며 '심까'라고 단언해도 되겠다.





세줄요약
1. 오늘은 한줄이다. 나는 디워가 부끄럽다.

And




타인의 취향

전적으로 뒷북을 둥둥 울리는 글이라 판단되고,
이미 여러 블로거들이 반박 또는 옹호하는 글을 올렸지만,
근질거리는 손가락을 참지 못하고 기어이 댓북을 울린다.

링크한 김규항의 글은 전체적으로 이번 사건의 추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진정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관심있게 지켜봐왔다면 '선빵'이라는 표현을 그렇게 태연자약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쓰면서 평론가들을 가리켜 '제 취향을 경멸하는 재수 없는 인간들'이라 싸잡아 표현하는 것은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건가.
내가 평론가였으면 피를 토하고 쓰러졌을 일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번 사건 최대의 피해자는 그간 양질의 글을 써온 여러 평론가들이 아닐까 싶다.

특히 색깔입힌 아래 문장이 어떤 근거로 쓰여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 대중들은 잘난 그들에게 반감을 갖게 되었고 그 반감을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는데(전문가들이 호평하는 영화는 부러 피하는) 결국 <디워>에서 폭발한 것이다. ... >

김규항은 평단의 반응과 관객의 선택 기준 사이에 어떤 함수 관계를 발견한 모양인데 그게 사실이라면 훌륭한 논문꺼리 아닌가.

김규항의 인격을 폄훼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번 글만큼은 생각이 짧았다고 본다.





세줄요약
1. 타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2. 평론가들이 선빵을 날렸다는데는 동의할 수 없다.
3. 뒷북을 울리며 삽질까지 했다.

And




소위 '빠'를 거느릴 수 있는 사람들에겐 어떤 능력이 있는 것인지 한참을 고민했다.
황우석이나 심형래는 내 기준에서는 도저히 심취할 수 없는 사람들인데, 도대체 왜 그토록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세력이 있는지 그게 계속 궁금했었더랬다.
황박 사태 이후 제일 만만한 썰이 인지부조화 이론이 되어놔서 많은 이들이 이를 들먹이곤 하지만 어떤 블로거의 포스팅에 따르면, 인지부조화 이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돌이킬 수 없는 행위의 저질러짐, 소위 커미트먼트(commitment)라는 게 있어야 한다고 한다.
심형래의 '디워'에 대해서는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 가능한 경우가 훨씬 더 적을 것이다. 영화 보는데 들어간 돈 몇천원을 커미트먼트로 보기엔 좀 멋적지 아니한가.

가정을 뒤집어 보았다.
어느 출중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있어 그 능력으로 '빠'를 동원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선동가 역할의 인물을 필요로 하는 일단의 잠재적 무리가 먼저 존재하여 어떤 인물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차라리 이게 말이 되는 것 같다. 심형래는 그의 의지로 '심빠'와 '디빠'를 양산한 게 아니고 이미 존재하는 어떤 종류의 군중들에 의해 간택되었다고 해석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화되었거나 실체가 뚜렷한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비슷한 정서와 행태를 나타내는 불특정 다수 정도로만 가정하자.
그 가정하에, 그들이 공유하는 그 정서와 행태는 무엇이며 왜 심형래가 선택되었는가.

우선, 다수가 모여 집단이 되어 발현할 수 있는 규모와 형태의 힘을 지향하고 동경한다.
황박 때의 국익 330조나 줄기세포 원천기술, 무궁화 꽃길, 과학에 조국이 어쩌고저쩌고, '디워'의 대한민국 CG 기술 등이 그러한데, '디워'의 성공이 심형래 개인의 경사에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국운으로까지 이어져 헐리우드에 나아가 싸우기 위해 다함께 힘을 모아주어야 할, 그런 상황이 되어 버린다.
대한민국이라는 전체 집단의 이익이 곧 절대선으로 인정된다.
국익이 된다면 논문조작 쯤은 눈감아줘야 하는 사소한 문제인 것이고, 헐리우드에서 돈을 벌어올 수 있다면 그깟 서사구조쯤  허술해도 아방가르드라고 우기면 그만인 것이다.
이런.. 복잡하게 돌아왔지만 그럼 결국 전체주의이고 파시즘 아닌가.

황빠는 곧 심빠, 디빠.. 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건 아니지만 그 중에는 상당한 교집합 영역이 있을꺼라 생각된다. 혹자는 황박의 줄기세포는 쌩구라였고 심형래의 '디워'는 엄연히 실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유사하다.
영화 한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생각하면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로 이분하는 자체가 말이 안되지만 적어도 예술적인 성취와 흥행 성적을 분리해서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사실상 '디워'에 대한 예술적 평가는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에 흥행에서는 나름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문제는 여기서 '디워'를 지지하는 '그들'이 흥행 성적을 통해 그 예술적 가치까지 인정받고자 함이다.
관객이 많이 들었으니 좋은 영화로 인정해달라는 것. 나는 그것을 황박의 구라에 못지 않은 억지라고 본다. 충무로가 심형래 죽이기에 나섰다거나 포털의 음모라는 둥.. 서울대와 유태계 자본과 프리메이슨의 음모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파시스트적 집단은 전체의 이익에 반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는 개인은 철저히 타자화 되고 타자화된 대상에 대한 테러를 용인한다.
이송희일 감독이나 김조광수 대표, 허지웅 기자, 그리고 여러 블로거들에게 가해진 댓글 폭력을 보면 끔찍하다.
우리사회 내의 마이너리티들은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곧 죄악이 된다.
동성애자는 호모새끼가 되고, 노조나 양병거 등은 빨갱이가 되고, 극빈층은 졸지에 게으르고 무능력한 자로 매도된다.
아프간 피납자들을 향해 죽으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그들로 인해 손상될 대한민국의 이미지와 국력이 개개인의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이런 폭력은 점점 당연시되고, 심약한 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전에 자기검열에 들어가게 되며, 종국에는 자유가 사라지게 된다.
파시즘이 두려운 건 이 때문이다.

어쨌든 심형래와 '디워'는 이들 집단에 의해 선택되었고 능동적 지지와 비호를 받았다.
대한민국 CG 기술, 헐리우드와의 대립구도, 한국영화의 자존심 등의 수식어가 국익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켜주었고, 코미디언 출신의 비주류 영화인이 시련을 극복하고 마침내 성공한다는, 혹은 성공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영웅설화의 인물상에 해당되었으며, 이 영웅을 핍박하고 시련을 가하는 세력으로 '충무로'로 명명된 실체가 불분명한 집단이 만들어졌다.
그들은 스스로를 영웅설화 내 조력자 역할로 생각하고 자신들의 힘이 보태어져 일종의 신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규정하는게 단지 '힘' 뿐이라면 그들은 왜 이미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기득권층에 기대지 않는 것일까.
앞에 언급했던 것처럼 이들을 결속시키는데는 어떤 요건을 갖춘 인물이 필요한 것 같다.
출신이 비주류여야 하고 도전과 성취의 드라마가 있어야 하고 그 성공의 결과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기득권층은 이 인물이 영웅이 되기 위해 필요한 고난과 시련의 시기에 핍박을 가하는 무리로 그 역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주인공이 되기 어렵다.

이명박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도가 높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 싶다.
한나라당이라는 거대 헤게모니 집단 내에 포지셔닝 함에도 불구하고 당내 계파로 보면 비주류인데다 기업인으로서 입지전적인 성공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뭔가 석연치 않지만 그가 추진하면 7,80년대 고도 성장의 시기가 다시 돌아올 것 같다는 환상을 주입하려 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범여권을 지지하는 사람은 경선을 통해 누가 대표로 나오든지 범여권을 지지할 수 있을까.
진보가 아닌 것들이 진보의 이미지를 도용하고 정책이 다르지 않으니 정당을 보고 선택할 수조차 없고 그리하여 결국 사람을 보고 뽑아야 하는 선거 풍토.. 그래서 우리는 아직 후진적이다.
김연아의 가슴 속에는 김연아 자신의 사연만 있으면 된다.
5천만가지나 되는 사연을 다 가지고 스케이트를 타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황박의 지지세력은 디씨 인사이드나 브릭 등의 의혹에는 강하게 반발하고 저항하다가 각 저널의 논문 취소와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 등을 거치며 점차 소멸되었다.
심형래와 '디워'의 경우엔 어떠할까.
현재가 '디워'에 혹평을 한 평론가와 여러 블로거들에 대한 테러의 시기라면, 9월 14일 미국 개봉 이후 미국 시장 내에서의 흥행 성적과 현지 평론가와 관객의 반응이 이들 세력의 수명을 가름하는 하나의 분수령이 될 듯 싶다.
미국시장에서도 뜻밖의 성공으로 에헤라디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헐리우드 유태계 자본이 심형래를 죽이려 한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다가 점차 해산하는 형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황박의 논문이 다 조작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 그 많던 황빠들은 모두 사라졌을까.
파시즘에 물들기 쉬운 일단의 대중이 먼저 존재하고 그들의 기준에 적합한 어떤 인물을 매개로 전체주의적 폭력이 나타난다는 가정이 맞다면, 사라지지 않았다고 봐야한다.
아니면 이 모든 가정이 다 헛소리이고 심형래는 내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대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그 자신이 선동가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작금의 현상이 모두 그가 원했던 구도로 흘러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뭏든.. 심형래 이후, 이들을 다시 규합할 수 있는 사람은 누가 될까.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세줄요약
1. 파시즘을 원하는 대중이 존재한다.
2. 특정 인물을 매개로 발호한다.
3. 앞으로는 누가 될까.


And




국민일보 쿠키뉴스에서 주최한 맞장토론, '디워를 보는 우리의 모습과 시각' 을 보고..


1. 디씨인사이드

디씨인사이드(이하 디씨)는 대개 막장으로 통한다.
하나의 글을 읽는 중에도 그 글이 이미 다음 페이지로 휙휙 넘어갈 정도로 많은 글이 올라오고, 그래서 댓글을 달아도 지속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대개의 글은 어떤 사유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언어배설에 가깝고, 자칫 디씨의 생리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낚시글에 걸려 퍼덕거리기 쉬운, 그런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음은, 이른바 그 찌질거림 속에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정하는 모습을 보여왔을 뿐더러, 최근 몇년간의 주요한 몇몇 이슈들에 대해 먼저 오프라인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간혹 등장하는 개념글-디씨인 스스로도 인정해주는-이 보여주는 그 내공의 만만찮음과 개념글을 개념글로 알아보는 그 안목 때문 아닐까.

그렇기에 막장이라는 천대를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여러 찌라시 기자들에겐 영감의 원천이고 기사의 소스이며, 이번 토론회처럼 '누리꾼'을 대표하는 선수를 추출하기 위한 표본집단이 되기도 한다.


2. 진중권

나는 진중권이라는 인물을 '미학 오딧세이'와 '호모 코레아니쿠스', 안티조선, 지승호의 인터뷰, 그리고 최근의 '100분 토론'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이런저런 것들을 종합해서 판단하건대, 진중권은 상식적인 사람이다.
이건 뭐 논리가 옳고 틀리고를 떠나서 그의 발언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이는 진중권이 마냥 못마땅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죽했으면 반박할 꺼리를 찾지 못해 그 태도를 붙잡고 늘어질까.

지난번 100분 토론과 이번 맞장토론의 모습을 보면 진중권은 마치 토론 자체로 어떤 종류의 미학을 실현하려는 듯 하다.
그가 언급한 일부 네티즌의 패거리 문화와 패악질을 100분 토론 후 그의 블로그에 온전히 재현하였고, 이번 맞장 토론을 통해서는 블로그 대문에 언급했던 '아그들'이 정말 초딩 수준임을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아무래도 진중권은 그가 구사할 수 있는 모든 매체-인터넷, 블로그, TV, 라디오 등-을 통해서 모종의 대위법을 꾸미는 듯하다. 껄껄.


3. 패널 선정의 캐안습

이뭐병.
이건 수준 미달 정도를 넘어서 정말이지 안구에 쓰나미 작렬이다.
개념도 없고, 말빨도 없고, 게다가 토론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에티켓조차 갖추질 못했다.
엄연히 교수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을 공개석상에서 ㅇㅇㅇ씨라고 부르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디씨, 특히 영갤러들은 그동안 몇몇 개념글들에 의해 그 찌질함이 일종의 위악으로 간주 내지 보호되어왔다.
이번 토론에 나온 패널들이 영갤을 대표한다면 그것은 그 찌질한 본질이 까발려진 것에 다름 아니며, 진짜 고수들은 나오지 않았다, 따로 있다.. 라고 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현실 도피적이고 키보도 지향적인 이미지 형성으로만 이어질 뿐이다.

디씨영갤이 그토록 개무시 해온 '듀게'에서도 이제는 대놓고 영갤러들을 쓰레기 취급할 듯하다.


4. 다시 '디워'로

이번주 필름2.0 (no.349) 에서 김영진 편집위원이 '디워'에 대해 다시 한마디를 했다.
" ... <디워>가 B영화의 해방감을 준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한국에서 이영화는 블록버스터로 소비됐다. 나쁜것은 나쁘다고 일단 말해야 한다. 그걸 인정하고 나서 상황을 바라봐도 늦지 않다. 이 지점에서 <디워>지지자들은 한국의 영화문화에 상당히 극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결국 나쁜걸 나쁘다고 말한 걸 가지고 생긴 시비 아닌가.
그럼 나쁘지 않다는 얘기를 하면 될 것을..

나는 얼마전 100분 토론을 통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다.
진중권이 유식한 척해서 기분이 나빴던가? 소위 먹물이 잘난 척해서 배알이 뒤틀렸던가?
오호,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지.. 난 오히려 몰랐던 걸 알게 돼서 나름 기분이 좋았더랬다.
누군가 '디워'에서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어떤 아름다움 내지 재미를 찾아 설명해준다면 나는 그에 대해서도 기분좋게 무언가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아직까지 '디워'가 좋은 이유를 설명하는 깔쌈한 글을 읽어보질 못했다.






세줄요약

1. 허접한 패널들이 나와서
2. 진중권한테 발리고
3. 디씨는 진짜 막장이 됐다.



And





영화 '디 워'가 화제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고 앞으로 볼 계획도 없다.
하지만,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할 이 거대떡밥을 그냥 넘어가기가 너무 아쉬워 급기야 블로그를 개설하고 수많은 포스팅 속에 나도 한마디 거들려고 한다.


1. 취향에 대해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뢰매 포스터(HVS)

 어렸을 때,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6학년 때였을까, 여름방학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친구들이 영화보러 가자고 찾아와서.. 같이 보고 온 영화가 '우뢰매'였다.
어린이대공원 옆에 붙어있는 어린이회관인가.. 에서 상영했었고, 보고 나오는 길에 그 어린 마음에도 영화의 유치함이 어찌나 분하고 스스로 수치스러웠는지 나중에 엄마 친구분이 방학동안 무슨 영화 봤냐고 물어봤을 때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얼굴만 붉혔던 기억이 새롭다. (그분 따님은 그 때 뮤지컬 영화 '애니'를 봤다고 들었다.)

코미디언으로서의 심형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막상 그가 출연하는 꼭지를 보고 있자면 웃음이 터지지 않는 것도 아니었으나 공공연히 심형래보다는 김형곤이나 김병조, 주병진을 더 고급의 희극인이라 생각하고 또 다른이들에게도 그리 말하고 다녔던 것도 사실이다.

속물근성의 씨앗이었을까.

비슷한 감정으로, 그 이후 아직 홍콩영화가 국내영화보다 비교우위에 있었던 90년대 초까지도 난 주성치라는 배우와 그의 영화에 대해 철저히 무시했고, 버스에서 기사아저씨가 트롯트나 네버엔딩지루박메들리 같은 걸 틀어 놓았을 때면 마치 고문이라도 당하는 양 괴로와했었더랬다.


2. 고급문화/하위문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급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필요한 식견이 부족하단 걸 느낀건 소위 예술영화들을 찾아보면서부터였다.
정은임의 FM영화음악에서 정성일이 리뷰한 '베를린 천사의 시'를 보면서 솔직히 고백컨대 졸.았.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봐도 그게 예술인지 모르는, 미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까막눈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런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는 나름 미학은 물론이거니와 철학적인 공부와 사고를 요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이는 취향의 문제라기보다는 얼마만큼 보고 해석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읽은 여러 다양한 방면의 책도 있었지만, 여러 평론가들(물론 일부 사이비를 제외한)의 글도 큰 도움이 됐던 게 사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쨌든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나름 고급문화의 맛을 보고 난 뒤에야 B급 정서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고 편견없이 수 있었다. '소림축구', '쿵푸허슬'을 통해 나름 B급 무비를 결산하고 메이저로 진입한 주성치의 전작들을 비로소 낄낄거리며 볼 수 있었고, '이나중 탁구부'의 위악을 배꼽이 떨어져 나가라 즐길 수 있었고, 트롯트에 대해서도 조금은 관대해질 수 있었다.

그 층위의 문화가 갖는 고유의 정서와 재미가 있음을 늦게나마 깨닫게 되었다는.. 요컨대, 고급문화는 고급문화대로, 하위문화는 하위문화대로 무엇을 즐겨야 하는지 나름의 기준이 생긴 셈이다.


3. 심형래의 영화들

'우뢰매'로부터 '영구와 공룡 쭈쭈', '티라노의 발톱', '파워킹', '드래곤 투카' 등, '용가리' 이전까지 심형래가 만들어 온 영화들은 노골적으로 B급 정서와 형식을 지향하고 있음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용가리'에 이르러 심형래는 더 이상 마이너일 수 없는 규모의 영화에 도전한다. 심감독은 메이저 시장에서 메이저 규모의 영화로 인정받고자 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극장 미개봉 부문 비디오 렌탈 순위 1위도 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해서 위안받을 수 있는 규모의 영화가 아님을 누구보다도 심형래 감독 스스로 절실히 느끼지 않았을까. 심형래 혹은 영구아트무비 나름대로 '용가리'의 실패를 분석하고 '디 워'에 반영했으리라 생각되며, 그렇게 보강된 부분이 'CG'인 모양이다.

'디 워'를 옹호하는 측이나 비판하고 있는 측 모두 플롯의 부재, 빈약한 스토리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인 것으로 보아 'CG'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4. 그리고 '디 워'

다시 '디 워'로 돌아와서,
한국 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디 워'를 두고 평단은 혹평 일색이었고, 심형래 측은 코미디언 출신이기 때문에 평가절하되었다 항변하고, 이후 인터넷은 정말로 전쟁이다.

'디 워'는 어느 쪽인가.
웰메이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블럭버스터인가, 아니면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B급 무비일 따름인가. 그것도 아니면 블럭버스터급 규모로 만들어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방학중인 어린이와 괴수물 매니아를 타겟으로 하는 새로운 포지셔닝의 영화로 봐야 하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평단의 혹평은 메이저 시장을 타겟으로 한 영화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완성도조차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인 것이고, 그렇다면 영화를 본 수백만 관객이 바보냐는 일부 '디워빠'들의 항변은 창작물에 대한 미추 판단이 흥행성적과 관계한다는 잘못된 가정에서 비롯한다.

괴수물 장르에 플롯이 뭐 그리 중요하냐 하는 이들도 있지만, 줄곧 '쥬라기 공원', '반지의 제왕', '킹콩' 등을 들먹이며 보여준 심형래의 자신감으로 볼 때, 심형래 스스로 '디 워'는 B급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확실하다.


5. 감독 심형래에 대해

'심형래 어록'이란 이름으로 그간의 심형래 인터뷰를 모아 링크한 글이 돌고 있다.
비주류 영화인으로서 그가 받았을 수모와 멸시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전체 인터뷰 맥락에서 한 문장만 인용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오해의 여지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쎈' 발언들이다. 영화는 모르겠지만 그 표현의 담대한 수준만 놓고 보자면 동급 최강의 수준이다. 어찌 보면 이번 소동은 심형래 감독의 혀끝에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차라리 그가 '디 워'에 대해 조금 더 겸손하게 발언하고, 다른 영화감독이나 작품들을 깎아 내리지 않고 그가 만든 영화에 대해 논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가 진정 메이저 시장에서 인정 받고 싶었다면 마이너 바닥에서라도 연출이나 기타 영화제작에 대한 실력을 키우고 나서, 지금 개봉한 '디 워'보다 내공있는 '디 워'를 만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더라면 주성치에 대한 편견을 고쳤던 것처럼 지금 이 시점에서 영화감독 심형래를 인정할 수도 있었을텐데.

'디 워'에 내려진 비판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서 차기작에 반영하거나 아니면 무시하고 그의 길을 가든가는 심형래 감독이 판단할 일이다. 그가 계속해서 감독을 하겠다면 다음 영화에서는 한결 더 나아진 완성도를 가지고 만나보게 되길 바라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디 워'에 들어간 제작비가 그리 싼 수업료는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세줄요약
1. '디 워'는 B무비가 아니다.
2. 마이너가 아닌 것 치고는 후졌다는 평이다.
3. 심형래 감독이 다음엔 더 잘 하길 바라지만 그닥 믿음직스럽지는 못하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