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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7
    It's economy? stupid...




0.

이 그지같은 조선땅은 물론이거니와 온 세계가 경제위기로 난리다.



1.

여전히 "이게다노무현때문이다"를 마법의 주문처럼 되뇌이는 이들도 있고,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미국인들의 지성을 예찬하는 목소리도 있고,
언제부턴가 미네르바라는 이는 인간의 존재를 초월하여 반신의 경지에까지 오른 듯 하다.
아.. MB께서 다 해주실꺼라던 그 아주머니와 질질 쳐울던 청년백수 영민이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그네들로 대표되는, 이명박을 지지한 지지리 못사는 쥐뿔도 없는 이들의 소회가 듣고 싶건만.



2.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국가라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라는 가치는 그럭저럭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가는가 싶다가 MB의 치세 이후 후퇴하여 역주행을 하고 있다 치더라도, 평등이란 건.. 과연 이 나라에 단 한시절이라도 있어본 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

조선시대와 같은 반상의 구분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이 나라는 신분제 사회이며 계급국가이다.
철저하게 자본의 유무에 따른.



3.

미네르바의 신탁이 내렸던 다음 아고라 경제방을 종종 눈팅한다.
절대다수의 추천을 받은 글들은 대개 이명박과 강만수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조롱과 분노이며,
그것이 왜 틀렸는지, 아파트값이 왜 반토막이 날 수밖에 없는지
나름의 상세한 분석과 전망을 담고 있다.

뭔가 좀 이상하다.

소득수준 대비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 베이비붐 세대 은퇴 이후 인구구조의 변화, 세대 구성의 변화, 공급초과와 수요미달,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위험성, 과도한 레버리지...
그 똑같은 이유와 설명을, 난 지난 수년동안 들어왔지만 그 지난 수년간 내내 아파트값은 오르기만 했었고 낙폭의 대부분은 최근 수개월 사이에 생긴 것 아닌가.
미국으로부터의 적신호가 켜지지 않았더라면 최근의 이런 난리통도 아직은 오지 않았을 터,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미친 듯 오르고 있었을테지.
과연 전술한 저런 이유와 분석에 따라 하강국면으로 전환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여러 가능성 가운데 단지 현재의 상황으로 이어진 나비효과일 뿐인 것인가. 그렇다면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 이 변곡점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모델과 수식은 없는건가.

아고라인들은 상위 1%, 혹은 10%에 대비되는 중산층 이하 서민을 지칭하여 스스로를 천민으로 표현한다.
1%, 10%, 천민.. 그 구분의 잣대는 무엇인가. 소유자본의 정도.
그런 표현을 쓰는이가 누구건간에 1%니 천민이니 하는 기표의 의미 자체는 명확하고, 명확하게 전달되고 이해된다.
대한민국은 소유자본의 많고적은 정도에 따라 신분과 사회계급이 결정되는 체제이며, 국민 대부분은 이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포괄적 공범이라고나 할까.



4.

주위에서 집값이 얼마가 올랐네, 펀드로 얼마를 벌었네, 요샌 변액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내심 배가 아팠던 것도 사실이고, 당최 내팔자에 집한채 장만하기도 요원한 일이런가 싶었는데, 따지고 보면 어차피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허용된 개개인의 경제행위일 따름 아닌가. 신자유주의에 따르면 시장은 완전하다 하는데, 그 책임은 온전히 리스크를 감수한 개개인의 몫인가, 아니면 제도와 법령을 통해 적절한 균형을 유도하지 못한 정부의 탓인가.

분위기가 이리 되니 이제 아고라 뿐 아니라, 디씨의 여러 갤러리와 각종 부동산싸이트에서도 이제는 폭락론자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 의기양양함 한편으로는 빚내서 상투잡은 이들에 대해 고소해하는 마음과 뭔가 확 뒤집어지길 바라는 과격한 기운까지도 느껴진다.
그네들이 원하는 건 진정 아파트 가격의 폭락일까? 그 다음엔? 헐값이 되면 그 때 자못 뿌듯하게 그 아파트에 입성하고 싶어서일까?

이 나라가 진정 평등하게 대접받고 균등한 기회를 갖는 사회가 되길 원해서일까, 아니면 이 난리통에 내 신분을 끌어올리고 면천할 수 있는 길이 생길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일까.



5.

말이 경제대통령이지, 많은 이들이 아파트값 때문에 이명박을 지지했고, 또 많은 이들이 같은 이유로 같은 사람을 비판한다. 집값이 다시 오르면 이 정권의 지지율도 같이 오르겠지.

언론을 장악하고, 사회비판적인 고발 프로그램과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집회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서 더 많이 쓰고, 복지 예산을 줄이고, 가진자들에게 감세를, 못가진자들에게 애국을 강요하는, 사교육이라는 시장을 위해 공교육이 어찌되건 상관하지 않는, 도대체가 돈 말고는 무슨 철학이 있는지 알길이 없는, 이 지랄같은 나라의 병신같은 국민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내 가진 아파트 가격이 오르느냐 떨어지느냐에 따라 주권을 행사한다. 대통령이건 교육감이건 보궐선거건. 그 한결같음이 어머씨발 아름답다.



6.

잡겠다던 정권은 올려놓고, 올리려는 정부가 들어서선 떨어지는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일제로부터의 해방이 그러했듯, 근자의 집값하락도 그 시작은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기인한다.
우리의 각성과 행동, 사회적 합의로 이룬 건 아무것도 없다.
해방 이후 수십년동안 끝내 친일청산을 해내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는 소유의 편향과 심해지는 양극화, 세대간 착취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사회구성원 간 모종의 합의를 끝내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

오바마를 찍은 그 훌륭한 미쿡인들은 불과 몇해전에 부시를 찍었던 그 사람들이다.
우리가 부러워해야 하는 건 그렇게 바뀔 수 있는 그 가능성과 기회의 여지여야 하고,
정말로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좌빨이니, 노무현때문이니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저능한 사고 수준인 것이다.



7.

IMF 이후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차지하는 가장 큰 카테고리는 "경제"가 된 것 같다.
경제도 문제지만 그게 다가 아닐진대...

뭔가 희망을 가져보고 싶지만, 이명박을 지지했건, 하지 않았건 어찌됐든 우리는 적법한 투표와 선거절차에 의해 MB 정권을 탄생시켰고, 그 기저에는 아파트로 대변되는 개개인의 경제적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이 있었으며, 그 욕망이 다른 모든 가치에 우선했던 시대를 만든건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다.

정말 문제는 경제였을까.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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