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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8
    struggling 4




0.

도대체가 몇개월만의 글인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바쁘긴 하지만, 그렇다고 몇자 끄적거릴 짬도 없을만치 바빴단 건 거짓말일테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게 더 그럴듯한 핑계일지도.

하고 싶은 얘기가 목구멍에 치밀어 오르기 전까지는 글 쓰지 말라고..
누가 그랬단 얘길 어디서 들어본거 같기도 한데,
치밀어 오르느니 오로지 욕지거리요,
그 욕을 부러 꾹꾹 눌러담은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 그때그때 풀어야 한다는 미명하에,
시시때때로 배욕의 쾌를 벗삼아온 터라
굳이 뭔가를 써볼 의욕이 생기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1.

자라면서 늘 내 인생의 스승을 찾았더랬다.
큰바위얼굴.. 같은.
고등학생 때부터 학교 선생들에 대해 유난스레 실망이 많았던 것도
학교 선배들과의 세미나가 단 한번도 흡족하지 못했던 것도
내 결혼 때 주례를 맡기고 싶단 생각이 들게 만드는 교수가 단 한사람도 없었다는 것도
군대에서 마주쳤던 여러 장교들이 한결같이 어처구니 없었던 것도
어쩌면 내 기대치가 마치 성인군자를 기다리는 수준이었던 탓일까나.

회사에 들어온지 어언 9년.
드디어 내 인생의 완벽한 반(反, anti)스승을 만났다.
이 이상 더한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완벽한 반면교사로서의 롤모델.
나중에 나이가 들어 기억이 가물가물해져도
2009년은, 아.. 그 사람 때문에 참 힘들어했던 시절이었지.. 로 기억될게다.

완벽한 무능.
그 어떤 종류의 리더십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하게 0에 수렴하는 카리스마.
무식과 귀닫음, 똥고집의 시너지.
완전무결한 내 인생의 걸림돌.



2.

내 기억이 점점 의심스러워지는 요즘.

출퇴근 중에 PMP 에 이런저런 미드나 일드, 애니 등을 담아서 짬짬히 보곤 하는데,
요 얼마전에 "나디아"를 달렸더랬다.
내 고딩 때였는지, 대딩 때였는지 TV에서 해주던 당시에
중간 몇몇 회분에서 그림이 굉장히 구렸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다시 본 총 39회분은 모두 멀쩡했다는..
그게 지금도 기억이 나는 이유는
그 당시에도 보면서, 아니 그림이 왜 이렇게 후져졌지? 어디 다른데다 외주를 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생생한 탓이다.
설마 방송국에서 짝퉁을 만들어 방영했을 리도 없고..
하여간 미스테리다.



3.

내 국딩 5년 땐가 정비석의 "소설 손자병법"이 베스트셀러였었더랬다.
중딩 때쯤 아버지더러 퇴근길에 좀 사다 주십사 했더니만
어버진 매양 그게 다 그건줄 알고 그만 짝퉁을 사오셨던 것이었다.
소설 손자병법, 장도명 著, 도서출판 은광사.

비록 짭이지만 재미있었다.
훗날 기어이 찾아 읽어본 정비석 버전과 비교하더라도
정비석 특유의 상투적인 인물묘사에 비추어
오히려 한결 생생하고 치밀하다는 게 내 소감이었다.

그렇게 주욱 잊고 살다가
회사 도서관에서 가이온지 초고로.. 라는 일본인이 쓴 소설 "손자"를 보게 되었다.
아니 근데 시밤 이게 내가 어려서 읽었던 그 장도명 버전의 소설 손자병법과 내용이 완전히 똑같은 것이었다.
역사소설이니 사건이야 뭐 다를 수 없겠지만,
공처가이면서 전쟁사 덕후로 묘사되는 손무의 캐릭터나
입신양명하여 가문을 일으켜야 하는 부담, 손빈에 대한 질투와 컴플렉스로 만들어진 방연의 모습은
설마 우연의 일치로 그렇게 같을 순 없는 것이었다.

내가 읽은 게 87년 판본이고
가이온지 초고로란 사람이 쓴 책의 발행일을 조회해보니 98년으로 나오길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좀 어리둥절 했었는데,
찾아보니 그 일본인 저자의 생몰이 1901~1977 로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 98년은 한국어판 초판 발행일인 듯.
결국은 내가 어려서 읽은 그 내용이 베껴 쓴 거 맞는 모양이다.



4.

연말께까진 계속 이렇게 바쁠테지만
그래도 다다음주 쯤 되면 적어도 지금보단 좀 나아지겠지..

힘들지만 암중모색의 시기로 여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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