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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4
    영화 속 보물찾기에 대한 잡생각




구니스, 인디애나 존스3 최후의 성전, 내셔널 트레져, 다빈치 코드의 공통점은..
보물찾기가 주요 제재인 어드벤처 장르영화이다.


1. 보물찾기 설정

구니스는 철거될 위기에 처한 마을을 구하고자 애꾸눈 해적 윌리가 숨겨둔 보물을 찾아 나서는 아이들의 이야기이고, 인디애나 존스3 최후의 성전 에선 나찌에 앞서 전설 속 성배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내셔널 트레져는 말 그대로 국보급 보물들을 누가 숨겨뒀다는 거고, 다빈치 코드 역시 새로운 해석으로서의 성배의 의미를 찾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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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 포드가 아직 젊었던 무렵,
여기서 어린 인디 역을 맡았던 배우가 요절한 리버 피닉스..

구니스에서 악동들은 우연히 보물지도를 손에 넣었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해 애꾸눈 윌리가 장치한 부비트랩에 번번히 걸려들고 개고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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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니스의 한장면
가운데가 악동들의 리더-마이키 역의 숀 애스틴, 훗날.. 반지의 제왕의 샘.. @@


인디애나 존스3 최후의 성전도 마찬가지로 힌트를 잘못 해석했다간 사원 안에서의 세가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뿐더러 죽기까지 한다. 내셔널 트레져도 그렇고, 다빈치 코드에서도 보물의 위치와 성배의 의미를 밝히기까지는 여러가지 다양한 암호를 풀어야 한다.

모두가 숨기기/찾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물론 숨기는 과정은 잘 안나타나지만..


2. 보물지도와 미로 설계자의 심리

숨기려면 아예 아무도 찾지 못하게 제대로 숨겨놓고 관련된 모든 흔적을 없애든가..
일부러 숨겨놓고 또 그것을 찾기 위한 복잡한 힌트를 따로 만드는 것은 대체 어찌된 연유란 말인가.

추측컨대, 이러한 보물찾기 구도는 대개 세가지 경우로 분류가 가능할 듯하다.

첫째, 은닉자 스스로 나중에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
패스워드를 잊어버렸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입력해두는 질문/답변 같은 거라고나 할까..
혼자 숨겨놓고 기억하기 위한 방법치고는 너무 거창하다.

둘째, 특정인에게 비밀을 전달해야 하는 경우
아웃사이더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밀을 공유하거나 전수받은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기술된 암호.

셋째, 불특정 다수를 향한 유증
자신은 더 이상 소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훗날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적절한 요건을 갖춘 누군가가 접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보물찾기 설정은 대부분 위의 두번째와 세번째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왜? 첫번째는 드라마가 재미없어지니까.
그런데..

이쯤에서 적절한 문제제기 - 도전자는 보물찾기 시스템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3. 훼손된 미로

보물찾기에 나선 도전자를 추격하는 후발 주자가 있을 때, 후발주자는 선행 주자가 패스한 포스트까지는 별다른 노력없이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한번 통과한 관문은 계속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애시당초 미로 설계자가 의도했던 두번째와 세번째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다.

다시말해 보물찾기를 설계한 사람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 의해 뚫린 관문이 그 다음 도전자에게는 다시 닫혀야 한다는 뜻이다.

구니스를 보자.
악동들을 뒤따르는 악당 세 모자는 앞에서 악동들이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고 지나간 자리를 보며 흠.. 이런 장치가 있었나보군.. 하며 지나가면 그만일 뿐이다. 악보대로 정확히 연주하지 않을 때마다 무너져내리는 동굴 바닥이 그 뒤에 지나가는 악당들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인디애나 존스3 최후의 성전에서 나찌들은 어떠했는가.
신 앞에 무릎을 꿇어 거대한 칼날을 피하고 신의 이름대로 징검다리를 건너고 사자의 머리에서 몸을 던져 길을 발견한 건 인디애나 존스였고, 나찌 일당은 별 어려움 없이 그 뒤를 따라 성배가 놓여진 곳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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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얘네들이 다 떨어져 죽고 다음 도전자가 여기까지 오면..
국부들이 원했던 건 그런게 아닐낀데..

심지어 다빈치 코드에서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파피루스가 용매로 찬 앰플 속에 숨겨져 있어 자칫 한번의 실수만으로도 그 보물찾기 시스템은 아예 게임오버가 되도록 되어 있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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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깨먹으면 그냥 끝나는거다.


4. 왜 미로는 복구되지 않는가

보물찾기 시스템을 꾸민 설계자의 의지대로라면 모든 관문을 통과함으로써 일종의 자격을 얻어야 기꺼이 숨겨진 보물 내지 비밀을 넘겨주겠다는 것인데, 정작 영화 속에서는 위에 나열한 것처럼 그런 철저함이 없다.

영화에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 허술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시스템을 리셋시키기 위해서는 장치가 영구기관에 의해 효율 100%로 동작하거나 아니면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영구기관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저절로 움직인다는 설정을 들이밀었다가는 이야기의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며,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물리법칙을 초월하는 신의 의지가 개입하게 된다. 관리자 내지 운영자를 두기 위해서는 언제가 될지 모를 최후의 승자를 위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수명을 갖거나 대를 이어가며 비밀을 수호하는 집단이 있어야 한다.
두 경우 모두 불가지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이야기 구조가 유치해질 수 있으므로 작가는 시스템의 리셋 여부에 애써 무관심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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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영구 없다니까..

둘째, 모든 암호를 풀어내고 보물찾기 설계자의 트릭을 극복한자만이 승자로서의 자격을 얻는다.
모든 도전자에게 시스템이 초기화되어 악당들도 머리를 써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면 그들도 주인공과 마찬가지의 자격이 생기게 되고, 주인공이 모든 것을 독식하기 위한 명분이 약해진다.

셋째, 주인공은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설계자의 의지를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에 마이키가 애꾸눈 윌리와 시공을 초월하는 모종의 교감을 통해 소년에서 어른으로의 통과의례를 마치는 것이나, 무너지는 사원 안에서 인디애나 존스가 성배에 대한 물욕을 다스릴 수 있었던 것.. 내셔널 트레져의 그 보물들이 숀빈 일당에게 넘어가지 않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접수해야만 했던 것 모두 주인공만이 그 관문을 거치며 보물찾기 시스템을 설계한 자(해적, 국부, 신..)의 뜻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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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쉽지 않았을 그 한걸음..


5. 그래서 어쩌라고..

앞으로 나올 영화들에서는 보물찾기 시스템의 설정이 좀 더 그럴싸해졌으면 좋겠다.
왜 굳이 그런 어려운 장치들을 동원하여 복잡한 트릭을 만드는가와 그런 장치들이 주인공 일행을 위한 일회성으로 소비되고 파괴되는 것이 과연 이치에 합당한 이야기인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더 개연성 있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를 만나보고 싶다.

비주얼이 중요하지 그까짓 설정에 뭐 그리 심오한 의미를 담으려 하냐면 할말 없지만.. 깨갱..







세줄요약

1. 보물을 숨기는 자의 심리를 고려하여
2. 각종 트릭은 다시 고려될 필요가 있다.
3.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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