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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8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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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급을 했다.
연봉은 조금 오르긴 했으나, 그래봤자 공돌이 월급이 금융권에 비할 바 못되고..
그나마 야근수당 대신 주던 교통비가 올해부터 사라져버렸고, 그 외에 과장급부터 적용되던 유류지원비도 슬그머니 없어진 듯 하다.
진급자 외에는 동결이니 실질적으로는 줄어든 셈.
지난 1,2월께 매체를 통해 신입사원 임금 수준이 높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부터, 회사 동료들에게 말하길, 신입사원만 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점차 낮은 쪽으로 수렴할 것이며 우리 급여도 분명히 깎인다고 장담을 했는데 예상대로 되어가는 국면이 마냥 씁쓸하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job sharing의 일환이었다면 여가라도 늘어나는 것을 위안삼아
적어도 나중 세대와의 고통분담에 함께 했다는 명분은 섰을 것을..
사회적 합의 없이 지표상의 실업률을 어떻게든 축소시켜보려는 이런 식의 분위기는 기분 나쁘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는 표현이 지금 사측 입장에서는 딱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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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급자 회식을 하던 날.. 40명이 채 안되는 부서원들이 모여 한우 꽃등심 450만원어치를 작살냈다.
PL과 TL은 그간 꾹 참아왔던 걸 터뜨리기라도 하는 양, 과장 직급부터는 이제 '노'가 아닌 '사'측이라는 말머리로 시작하여 온갖 회사의 명운이 과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격려와 치하와 구슬림과 엄포, 공갈, 협박이 뒤섞인 묘한 뉘앙스의 공치사를 한다.
그렇게 중요한 위치인 것을.. 그 동안 그 위치를 지나간 이들은 왜 그정도 밖에 못하고서도 더 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만, 겉으로야 멀쩡히 충성맹세의 시늉을 하는 나 자신도 참으로 직딩 9년차 농익은 속물이 다 된 모양이다.
회사는 대외에 배포한 홍보자료에서는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 했지만, 금번 인사 결과를 보면 부장급 인사에서도 대략 고참들을 누락시키고 그 후배들을 먼저 끌어올린 것으로 보아 내심 알아서 나가주길 기대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렇다고 순전히 능력으로 평가했는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게, 내가 혐오해 마지 않는, 얼른 사라져야 할 무능한 구세대 0순위였던 사람은 기어이 되고 말았으니 회사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당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차피 이 곳이 평생직장과는 거리가 먼 것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나는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2

입사 동기지만 석사 학위를 갖고 들어와 2년의 경력을 인정하는 사규에 따라 2년 먼저 진급한 모 과장의 경우에 예의주시한다.
이 사람이 반골기질로 가득찬 아랫것들과의 대화가 어색해지고 전적으로 조직의 윗사람들 목소리에 동화된게 거진 과장 진급을 했던 2년전, 그 즈음이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변하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가 적절한 타이틀을 달면서 각성을 하게 된 것일까, 정작 그는 다른 이들이 이런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는 할 것인가 등등.
비단 그 사람이 아니고서도 이런 종류의 사례 하나하나는 어떤 학습효과를 유발하여 아랫 사람들로 하여금 딱 그 사이에 더욱 두꺼운 벽을 치게 만든다.
불과 지난달까지 '선배'였던 나에 대한 호칭이 '과장님'으로 바뀌면서, 내가 변하고 변하지 않고를 떠나 그런 지금까지의 학습들로 인해 후배들은 이미 벽을 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달라지겠지만..
저런 식으로는 달라지지 않으리란 다짐을 해본다.



3

임금과 job sharing 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쩔 수 없이 '88만원 세대'라는 어휘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의 의식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 후배들과의 대화는 종종 답답한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곤 한다.
번듯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을 지칭해 만들어진 용어가 무슨 뜻인지조차 몰라 최저생계비라는 둥, 그.. 의사면서 주식 칼럼 쓰는 그 사람이 쓴 책 아닌가요.. 하는 지경에 이르면 그야말로 대략난감이다.
그 중에는 중앙일보를 보면서 신문기사가 다 똑같죠 뭐.. 라는 여사원도 있고, 용산 철거 관련 시위의 진압 뉴스를 보고선, 크레인으로 콘테이너 통채로 끌어올리려서 거기서 특공대가 나오는데 존나 멋있더라.. 정도의 사고 밖에 하지 못하는 녀석도 있다.
어찌보면 그네들과 386세대 사이에 끼어있는 나부터도 기성세대가 가진, 쥐고 놓지 않는 그 철옹성같은 기득권에 아득함을 느끼고 화가 치미는데, 정작 나보다 더 분노해야 할 이들 가운데에는 그 프레임 밖으로 나와서 바라볼 수 있는 지성이 적어도 오프라인에서 내 주위엔 별로 없고.. 그래서 더 막막하다.



4

일전에 종교에 관련하여 썼던 글에 달린 덧글에서 어떤 분께서 '순전한 기독교'라는 책을 추천해 주셨다.
함 읽어보겠노라 답글을 달고서, 까맣게 잊은 채 지내다가..
그  분이 거의 일년만에 들려서 댓글을 남겨주시는 바람에 황망해하며 내 게으름을 탓하고 부랴부랴 챙겨보았더랬다.
매제가 목사인지라.. 물어보니 있다길래 빌려 보았는데,
'순전한'으로 번역된 'mere'라는 단어의 뜻이 대충 just 정도로 해석되고 서문에서도 밝히듯이 기독교 여러 종파 사이의 미묘한 신학적 이견을 배제하고 기독교라는 몸통, 그 본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으로, 몇몇 비유에는 깊이 공감하였고, 구구절절이 좋은 말이나 그렇다고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
변증이라 하기엔.. 어디 신에 대한 이야기가 변증이 가능한 주제였던가..
비록 지금 냉담 중이긴 하나 신의 존재를 어떤 확신을 가지고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마당에 개심이네 뭐네 할 정도도 못되고.. 사다놓고 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고 나면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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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나 자신은 냉담 중이면서 딸아이 유아세례를 걱정하고 있다.
세례명을 뭘로 할까..
나는 프란치스코, 집사람은 글라라.. 찾아보니 그 두 성인이 동시대 사람이었다더라..

딸아이가 얼추 넘어지지 않고 잘 걷기 시작하면서 마트에 데려가면 혼자 걷게 두고 뒤를 따라다닌다.
지난번에 갔을 땐 또래 남자 아이한테서 대시도 받고..
첨에는 제법 도도한 척 눈길도 안주고 니모를 찾아서 DVD 박스만 만지작거리더니 그 남자 아이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니 되려 졸졸 쫓아 가더라는..
아.. 이녀석이 나중에 남자친구라고 데려와 인사시킬 땐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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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중 '분장실의 강선생님' 꼭지에 완전히 몰입해 있는 요즘.
아직까지는 안영미의 원맨쇼이지만..
조직 내 위계질서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강유미나 정경미 포지션에서도 꺼낼 소재가 많아 앞으로 한동안은 계속 빵빵 터지는 코너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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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올해들어 첫 글인데 벌써 한 분기가 지나려한다.
세월은 참으로 유수와 같고 잡을 수가 없고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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