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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6
    '네티즌'이란 표현.. 이제 그만 써도 되지 않을까




네티즌.
Network와 Citizen의 합성어. 오프라인에서만 활동하는 사람과 구분하여 '넷(Net)'을 통한 소통이 가능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 정도로 해석하면 큰 무리는 없을 듯 싶다.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일정 부분 '네티즌'이라는 집단 내지 부류의 공통적 정서가 존재했을 수 있겠으나(예컨대, 초기 PC통신 시절), 오늘날 온라인에 접속하여 이런저런 표현이 가능한 사람들의 규모가 과연 '네티즌'이라는 말로 대표하여 나타낼 수 있는 수준인가.. 에 대해서는 긍정하기 어렵다.

'네티즌'은 어쩌구 저쩌구.. 하는 표현에서 '네티즌'을 '국민' 혹은 '시민' 등으로 치환했을 때 그 의미는 물론 달라지지만, '네티즌'이라는 대상 자체가 '국민'이나 '시민' 등으로 지칭하는 것만큼의 광범위하고 모호한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어제오늘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어서 근래의 기사들을 보면 '일부 네티즌'이라는 식으로 한정하여 인용의 출처를 삼고 있으나, 이런 식의 표현조차도 위험한 것은 글쓴이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사실 왜곡과 여론 호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책상에 앉아 인터넷 이곳저곳을 눈팅하며 기사꺼리를 찾는 찌라시 기자들에게는 모든 기사의 출처가 소위 '네티즌 반응'이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 이택순 경찰청장이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 자신의 퇴진을 요구한 경찰 간부에 대해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자 경찰관과 네티즌 등이 일제히 반발, 그 결과가 주목된다. ... >

< MBC '무한도전'에 대한 네티즌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불거져 나왔다. 25일 '무한도전'은 지난주에 이어 '서울구경 선착순 한 명' 2부를... >

< ... '커피프린스1호점'은 27일 내용상으로는 마지막회인 '커피프린스1호점 17회'를 남겨두고 윤은혜가 예쁜 여인의 모습으로 거듭날지 네티즌들의 궁금증이 대단하다. >

< ... 또 최근의 성폭행 사건에 연루된 K씨, L씨 등이 공교롭게도 모두 개그맨 출신이라는 점에서 네티즌들은 개그맨들이 왜 성폭행에 잇따라 연루되는지 궁금해 하면서 이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 >

여기서 '네티즌'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지 감이 오는가.
Network에 접속 가능한 이들 중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지 상상이 되는가.

아래의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네티즌'이라는 단어가 어떤식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 ... ‘디워’를 TV 생방송 토론에서 신랄하게 비판했던 386세대 평론가 진중권을 향해 ‘안티 진중권’ 운동을 주도하는 네티즌들은 대부분 포스트 386이다. ... >

기사 전문을 읽어봐도 무슨 근거로 저런 결론이 가능했는지 당최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얼마전 있었던 '진중권 vs 누리꾼 맞장토론' 역시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추출된 몇몇 패널을 마치 전체 넷(Net) 사용자를 대변하는 양 토론의 제호를 달았다. 심지어 그렇게 모인 패널 사이에서도 아젠다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사족. 개인적으로, '누리꾼'이라는 표현은 지나가는 개나 줘버렸으면 좋겠다.)

요컨대, 그 모집단인 이른바 '네티즌'이 더 이상 단일화할 수 없는, 다양한 군상이 모인 규모가 되었으므로, 그중 어느 한쪽의 말을 인용하며 '네티즌' 운운하는 것은 이제 옳지 않다는 뜻이다.

이제는 기사에서 '네티즌'이라는 불분명한 표현 대신, 어떤 출처와 근거에 의한 것인지를 보다 상세하고 명확하게 기술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세줄요약
1. 네티즌은 무지 많고, 많아진만큼 다원화되었고 획일적으로 규정지을 수 없다.
2. 아무데나 네티즌을 갖다 붙이면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
3. 그러니 이제는 다른 더 정확한 표현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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