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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09
    왕정을 바라는 사람들.. 4




0.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나라에서 어제오늘 있어온게 아닌 비자금 조성과 뇌물공여의 수준을 한차원 끌어올려 청와대를 포함해 3부를 아우르는 경지에 이르게 했으니 얼핏 과한 표현이 아닌 것도 같다.
그냥 그렇다고 인정하고 넘어가기엔 찜찜한 구석이 있어 슬쩍 찾아보니 위키피디아에서는 '공화국'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공화제(共和制, republic)는 공화국의 정치 체제를 가리키며, 형식적으로 또는 실제로 주권이 그 구성원에게 있는 정치 체제이다. 기본적으로 입헌제를 뜻하고, 이에 따라 법을 기반으로 모든 구성원이 정치적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사회로 운영되는 정치 체제이다. 그러므로 군주제와는 달리 공화제에는 군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 」

안다.
공화국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이 나라 안에서 실질적으로 이 나라를 쥐고 흔드는 권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가리켜 삼성공화국이라 표현한다는거.
하지만 삼성공화국이라 치고, 명색이 공화국인 나라에서.. 선대왕으로부터 현재 치세중인 왕에게로, 그리고 다시 왕세자에게로 조직의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로 귀결되고 대를 이어 세습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공화국은 아니다.

이학수나 김인주같은 이들은 이씨 가문에 충성을 맹서하고 그 집안의 부귀영화와 만세번창을 수호하며 측근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를 제공받는데 이는 정확하게 주군과 가신의 관계가 그러하다.
가신은 어디까지나 가신이다.
가신이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해도 군주의 자리를 꿈꾸면 그것은 모반이기 때문에 공화정과 다르고, 가신이었던 자가 주군의 험담을 하면 그건 배신인건데 요즘 김용철 변호사를 향한 일부 매체의 시선이 바로 '배신자'를 보는 그것이다.

정확하게는 삼성이씨왕국이 맞겠다.
아무튼 왕국 혹은 제국이면 모를까,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은 틀렸다.



1.

왕도 왕 나름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카이사르를 통해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뀔 수 밖에 없었던 당시 로마의 환경을 이야기 하는데, 요는 방대해진 로마라는 공동체가 효율적으로 기능하기에 집정관, 원로원, 민회의 구체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내용이다.
이 할머니는 기본적으로 파워지향적이고 절대권력에 의한 평화를 옹호하기는 하지만 나름 리더에 대한 인물관이 있는데, 특히 푸블리카의 공익을 추구하는 엘리트 지도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뭐 늘 그런 인물이 황제가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문제겠지만..

이 나라가 삼성왕국이고 현재의 왕이 이건희라면, 그는 어떤 지도자인가.
이건희는 대한민국이라는 푸블리카를 위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
삼성 혹은 이건희를 다룬 책은 많지만 제대로 분석한 건 드물다. 강준만의 "이건희 시대" 정도가 그나마 좀 멀쩡하달까, 대부분은 삼성의 홍보자료를 받아 베낀게 아닐까 싶은게 대부분이다.
강준만은 "이건희 시대"에서 이건희의 다중적 성품을 언급하는데 그게 좋게 말해 다중적 성품인 거지 바꾸어 말하면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고, 그가 회사의 임직원들을 향해 설파하는 가치와 목표, 그리고 자세가, 이건희 자신과 그의 가족들에게는 예외여야 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이나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비자금 조성과 뇌물 등에 대한 최근의 보도를 보면 그를 잠못이루게 하는 것은 삼성이 앞으로 10년후에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자신 이후 이씨 집안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인 것으로 보인다.



2.

그럼에도 언론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삼성을 자랑스러워하고 이건희를 추앙한다.

해외 여행 나간 사람들은 외국에서 만나는 삼성 광고에 뿌듯해 하고, 대학생들은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이건희를 꼽고, 각종 언론들은 삼성이 하는 일에 딴죽을 걸면 이 나라가 위태해진다는 식의 호들갑을 떤다.

비자금 조성이나 금품로비, 에버랜드 전환사채,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금산법 폐지 요구, 무노조 원칙.. 그 모든 것들이 내가 보기엔 탈세와 상속과 세습으로 귀결하는데, 그걸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삼성을 옹호하고 여전히 자랑스러워한다.

떡값을 받아먹은 검찰이 눈감고 귀닫는 짓 하는 건 그래 떡고물을 X먹었으니 그렇다고 쳐도 삼성과 아무런 이해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까지 삼성을 자랑스러워하고 삼성을 걱정하고 삼성을 두둔하는 모양새는 뭔가 이상하다.



3.

어디 삼성뿐이랴.

조중동은 아직도 구독률 Top3이고,
남들이 많이 보는 신문이면 문제없는 거라 생각하는지..
조선일보를 대한민국 정론지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들의 목소리로 노무현이 빨갱이라 하면 참여정부는 좌파정권이 되고,
북에 퍼주는 햇볕정책이란 것 때문에 세금 내는 걸 아까와 하고,
모든게 노무현 때문이고,
그쪽 사람들이 잃어버렸을지 모를 10년이 나한테도 그런 양 함께 분개한다.
박정희 덕분에 이만큼 먹고 산다느니,
그 때가 좋았다는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가 하면,
하루아침에 밥그룻을 잃고 농성 중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뉴스를 보면서
싹 쓸어다 쳐 넣어야 된다고 무심히 내뱉는 이도 있다.
일해공원이라는 간판을 달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는 무리도 있다.
친일 청산을 하자는 목소리에 왜 이제와서 다 지난 일을 끄집어 내냐고 짜증내던 이도 있고,
아직도 시청 앞에서 성조기를 휘날리며 미국을 위해 기도하고,
그 큰 교회를 자기 아들에게 물려주겠다는 계획이 뻔한데
그걸 보도한 방송국을 점거하고 시청 거부를 하기도 한다.
외국에서 돈을 벌어올 수 있으면 논문 조작을 해도 눈감아줘야 한다고 하고
영화가 허접해도 닥치고 지지해줘야 한다고 한다.
양파껍질처럼 벗겨도 벗겨도 끝없이 비리가 샘솟는 사람을 살인을 했대도 찍겠다는 사람이 있고,
명색이 검찰이라는 것들이 날림으로 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믿으라고 한다.



4.

이 땅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옳고 그름의 문제는 별 관심의 대상이 아닌 모양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 하여 무조건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단, 그것은 나와 생각이 다른 누군가가 그 자신 스스로 생각하기에 합당한 근거를 주장할 때의 일이다.
상식과 논리를 무시하고 응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 지, 아니 내가 이들과 소통을 계속 해야 할 지 암담해진다.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그러니까 옳고 그른 것과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면 된다는 게 핵심인 것 같다. 이는 이 땅의 근현대사와 무관하지 않을텐데 친일 부역자들이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득세했던 사실이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 등이 고루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김용철 변호가가 폭로한 내용에는 관심이 없고 배신자 논리의 목소리가 더 크다는 것은, 패거리의 이익이 그 패거리가 소속된 이 나라 국민이 수호해야 할 공화적 가치보다 중요하다는 뜻일터.

결국 이 시대 이땅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건 권력의 분산이 아니라 한곳으로 집중하는 것인 모양인데, 그게 총칼의 힘이든 돈지랄의 힘이든 하여간 권력이 한 군데로 집중되고 거기에 기생해서 내 한몫 챙길 틈을 모색하자는게,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자유롭게 경쟁하되 내 목적을 위해 남을 해하지는 말자는 원칙에 우선하는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길이 없다.

이 나라의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 꼬인 걸까.



0.

다시 삼성공화국으로 돌아와서..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은 물신만능공화국과 정의무시공화국의 의미를 포괄한다.
비약하자면 금덩어리 앞에 서서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자유, 평등, 정의.. 이런 것들을 주섬주섬 꺼내는 모습 아닐까.
별개의 사안 같아 보여도 부동의 지지율 1위를 고수하는 이명박을 향한 사람들의 기대 역시 딱 그런 맥락 아니겠는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면 그 주권을 포기하는 것도 국민의 의지와 선택으로 봐야 할까.




So this is how democracy ends, with thunderous applause.
 -  Padme Amidala, Star Wars EpisodeIII : Revenge of the S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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