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분류 전체보기 (40)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ARCHIVE

LINK



  1. 2007.11.10
    이명박의 "읍니다"로부터 유추하건대 9




벗겨도 벗겨도 끝모를 비리의혹 때문에 "양파명박"이니 "다마네기 리"라는 별칭까지 생기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굵직굵직한 부정부패의혹 말고도 그의 발목을 붙잡는 사소한 문제들이 몇가지 있으니 그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맞춤법 문제다.

이외수 본좌의 지적이나 모기불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그 중에서도 한결같은 곤조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문제의 "읍니다"이다.

이미 많은 블로거들이 언급한 대로 앞음절의 종성에 따라 "읍니다/습니다"로 구별하던 것이 "습니다"로 통일된 건 1988년의 한글 맞춤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표준어 규정 (문교부 고시 88-2호) 에 따르면 제17항에서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 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하며 "습니다"를 취하고 "읍니다"를 버릴 것을 포함하고 있다.

위키에 나와 있는 이명박의 프로필을 보면 1988년에 이명박의 직위는 현대건설의 회장이었다.
관련하여, 왜 그는 아직까지 "읍니다"를 쓰고 있는지 내멋대로의 상상을 주절대본다.


1. 한글 맞춤법 틀릴 수도 있다.

누구나 국어를 100점 맞아야 하는 건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는 것처럼 한글 좀 표준어 규정에 어긋나게 쓴다고 해서 누가 죽거나 다치지 않는 이상 잘못은 아니다. 당장 이 포스트만 털어도 잘못 쓰인 부분이 적지 않을 터이니..


2. 변경된지 20년이 다 되도록 모른다는 건 좀 그렇다.

분명 1988년 이후로 출판된 거의 모든 활자화된 인쇄물에는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뀌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읍니다"를 쓴다는 것은.. 이후 20년 가까이 주욱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뀐 종결어미를 사용하는 문장을 읽어보질 못했거나, 보고서도 출판사 교정부에서 놓친 오자라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보았지만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봤는데 모른다는 건 그냥 센스가 좀 떨어지거나 고집이 센 모양이다 하고 넘어갈 일이지만, 아예 뭘 읽질 않아서 그런 거라면 심각한데, 이 경우에 이명박의 가치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틀은 1988년 이전에 완성되어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출판물은 그렇다고 쳐도 적어도 거느리고 있던 임직원들로부터 보고받는, 또는 상신받은 결재 문서에는 "읍니다/습니다"가 전혀 없었을까. 아니면 마찬가지로 보고도 뭔가 다르다는 걸 몰랐던 것일까.


3. 주변 사람들은 뭐했나

20년간 이명박 주위의 사람들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읍니다"를 쓰고 있는 걸 볼 때, 좀 비약해서 말하면 이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읍니다/습니다"에 대한 지적이 여지껏 없었다는 말도 될지 모른다.
추려보면 대충 세가지 경우 중 하나일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이 똑같이 모르거나, 알지만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그런 걸 피드백할 수 없는 분위기이거나..
다같이 모른 경우라면 주위의 인물들이 하나같이 변변치 못한 그만그만한 사람들인 거라 생각하면 되고, 두번째 경우라면 측근들이 기회주의자이거나 복지부동 내지 보신주의를 삶의 원칙으로 삼고 있는거라 보면 되겠다. 뭐 가만 보면 이런 사람들의 처신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처세의 표본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고..
그런 지적이 아예 있을 수 없는 극악의 경우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주위 사람들이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뀐 걸 알면서도 이명박에게 보내는 메일이나 서류에는 "읍니다"로 쓴다거나, "회장님, 맞춤법 틀리셨어요."라는 신입사원의 메일을 임의로 삭제한다거나, 얘기했는데 재떨이가 날아왔다거나.. 이렇게 되면 이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본인이 의도했건 혹은 의도하지 않았건 그가 지금까지 몸담아왔거나 이끌어온 조직의 분위기가 그런 것이었다면, 조직의 수장에 대한 권위가 그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는 일체의 피드백을 용납하지 못하는, 그런 것이었다면.. 대운하 공사에 대한 측근의 보고가 과연 어떠했겠는가.


4. 언제쯤, 어떻게 알게 될까

"읍니다/습니다" 관련해서 이미 넷 상에서는 어지간한 이들은 다 알고 있을 터인데.. 과연 이명박은 주류 언론이나 매체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하지만 블로고스피어에서는 이미 여러 블로거들이 언급한 이 일을 언제쯤 알게 될까.
혹 그가 정말 대통령이 돼서 신년휘호나 친필싸인 뭐 그런 것에 "대운하, 반듯이 성공시키겠읍니다." 같은 걸 쓴다면 그 때쯤 조중동은 "국론 분열 조장하는 좌파 빨갱이들, 맞춤법에 트집잡아" 같은 기사를 내보내지 않을까.


...


앞선 다른 포스트에서 언급한 그 부서장이 딱 이랬다. "읍니다"였다.
사원들끼리의 뒷담화는 종종 그 부분을 논하며 타부서 보기 창피하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 그냥 무시하자 등, 의견이 분분했는데, 결국 그 방울은 다른 어떤 사정으로 퇴사를 결심한 모 사원이 환송회식 자리에서 고별사 중에 포함하는 식으로 달았고, 그 부서장은 지금 "습니다"로 쓰고 있다.


이명박 때문에 떠오른, 어쩌면 별 거 아니었을지도 모를, 그 기억이 새롭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