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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
야후 백과사전에는 아래와 같이 정리되어 있다.

간교한 꾀로 남을 속여 희롱하는 짓. 중국의 《열자(列子)》<황제편(黃帝編)>에 의하면, 춘추(春秋)시대 송(宋)나라에 원숭이를 좋아하는 저공(狙公)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원숭이들을 향해 <앞으로 너희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씩 주겠다>고 하자 그들은 적다고 화를 냈다. 이에 저공은 곧 말을 고쳐 <그러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그들이 좋아하였다는 우화(寓話)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현명하고 어리석음에 따라 남을 속일 수 있거나 설복당함을 비유하며, 상대가 알지 못하게 지배하는 잔꾀를 예시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하나는 마땅히 저공(狙公)의 용원술(用猿術)일 테지만, 다른 한편으로 저공에게 농락당하는 이 원숭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쯤되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국민들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한다는 거.. 대부분 눈치챘을 터.
그렇다.

작년 여름 즈음부터였을까.
종종 보도되는 대통령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의 지지율은 늘 흔들림 없이 탄탄한 과반이었는데 정작 내 주위에 이명박을 지지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해서 현실과 다소 괴리감을 느꼈었더랬다.
어디서 주워들은 글이 있어, 그래 저건 우리나라 여론조사 방식이 후진적이어서 샘플링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야.. 라고 나름 해석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얄궂게도 대선 결과는 대선 전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 다시 한번 당혹감을 느껴야 했다.
내가 어울리는, 내 주위의 사람들이 온통 좌빨인 것도 아니고 지극히 평범하고 무던한 사람들인데 어찌 내가 체감하는 분위기와 여론조사기관의 발표는 그리 다를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알고보면 원숭이들도 나름 짱구를 굴린 건지도 모르겠다. 저녁보다는 아침에 네개를 받아야 활동이 왕성한 낮시간에 교환, 매매, 대여, 담보 등 모종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자기전에 많이 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명박이라는 이름 옆에 도장을 꾸욱 누른 사람들의 계산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이명박이 경제를 살릴 수 있을꺼라 믿어서인가, 아니면 747이니 대운하 따위가 뻘짓이며 삽질이라는 거 잘 알지만 나중에 어떻게 되든지 일단은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였을까. 아니면 몇다리 거치면 청와대 아무개에 연줄을 댈 수도 있을 터이니 이 참에 한 몫 거하게 챙길 수 있을 꺼란 판단이었을까. 혹시 정말로.. 그가 힘들고 어려운 성장기를 보내서 서민의 마음을 잘 이해할 것이라 생각해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지지하는 이들은 차라리 쉽다. 그들이 지향하는 바와 그 경제적 층위가 명확하고 일관성이 있기 때문에 분석하고 대응하기가 용이하다.
하지만 개뿔 가진 것도 없고 쥐뿔 떨어지는 것도 없으면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분석하기 난감한데, 이는 그러한 지지행태의 기반이 정책과 소속된 집단의 이익에 있지 아니하고 각 개인별 심리적 동질감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궁핍한 성장기를 거쳤기 때문에 어려운 이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건, 그러한 주장을 하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크게 싱크될지 모르나 어디가서 대놓고 주장할 수 있는 객관적 논거는 되지 못한다.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CEO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기 때문에 경제를 잘 알고 또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이는 월급쟁이 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요컨대 그런 종류의 주장은 소위 개똥철학에 기반한 자신의 느낌이지 다른이를 이해시킬 수 있는 설득력은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명박을 지지하고 나서지 못한다. 간혹 몇몇 있긴 한데, 청년백수 이영민씨의 지지연설이나 거.. 왜 트럭에서 눈물을 훔쳐가며 MB께서 서민을 잘 살게 해 주실꺼라던 그 아줌마의 모습 같은거 보면 감동적이던가?

원숭이도 다같은 원숭이가 아닌 것이고 아침에 네개가 더 좋은 원숭이도 있는 게 당연하고 마땅하다.
문제는 왜 그걸 원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원숭이이다.

어쩌면 내 주위에서 체감할 수 있었던 대선 분위기와 실제 여론 조사 결과 사이의 간극은..
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왜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정책이 경제를 살린다고 생각하는지, 왜 그들이 서민을 위하고 민생을 우선한다고 생각하는지 설명을 못하면서 그들을 지지하고 그들을 향해 한 표를 던지는 이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목소리를 높여 당당하게 주장하지 못한다. 그저 조용히 한표를 던질 뿐이다.

왜 대답을 못해. 이 당이 내 당이다, 이 사람이 내 대통령이다, 왜 말을 못해!!

당선 이후 인수위 때부터, 신문 기사 읽는게 너무너무 피곤했다.
그전에는 팰퍼타인 의원이 황제가 되고 공화국이 제국으로 바뀌면서 은둔의 길을 선택한 요다를 이해하기 어려웠었는데, 이제 조금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혹자는 이제 대통령이 되고 새 정권이 시작되었으니 비방을 멈추고 국론을 통합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개 풀뜯어먹는 소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또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리고 그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오긴 했지만, '정'과 '반'을 거쳐 '합'으로 가려면 '반'이 '반'인 줄은 알아야 한다.
도토리를 세개, 네개 세고 있을 때 어떤이들은 나무 그루 채로 챙겨가고 있고, 나중 세대가 어찌되건 말건 나무 밑둥까지 베어 팔아먹을 생각을 하는데, 두 눈 크게 뜨고 그걸 감시하지는 못할 망정 큰 일 하는 사람들이 나무 몇 그루 쯤 해먹는 건 눈감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주절대는 건 범죄다.

조삼모사 이야기의 결말이 달라지려면 원숭이들이 각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시대의 저공(狙公) 역할을 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뭐.. 지금 원숭이 무시하나연? 이런 식이 되면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이명박과 실용정부의 뻘짓, 실언, 망언, 삽질을 환영하며 독려하는 바이지만, 어쩌면 이 포스팅도 그저 이름없는 한 원숭이의 깩깩거림에 지나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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